업무사례
구치소 안의 아들과 밖의 부모가 함께 만든 항소심 결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사건입니다. 갇힌 사람과 남겨진 가족이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했고, 그것이 어떻게 형기를 절반으로 줄였는지 짚어 봅니다.
Ⅰ. 사건의 개요
선고가 끝나자 법정 안에서 수갑이 채워졌습니다. 징역 6년, 그리고 그 자리에서의 구속이었습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부모가 변호인을 찾아온 것은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일의 출발점은 휴대전화 안에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끼리 연결해 주는 앱에서 만난 상대는 고등학생 나이였습니다. 의뢰인은 구경을 시켜 주겠다는 명목으로 다른 지역에 사는 그 학생을 자기가 있는 곳까지 오게 했습니다. 그날 이후의 행위에 적용된 조문이 하나둘 늘었고, 수사가 넓어지면서 또 다른 미성년자와 관련된 부분까지 나와 최종적으로 여덟 개 죄명이 붙었습니다.
1심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피해자 측과 이야기가 닿지 않았고, 의뢰인 본인도 일부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Ⅱ. 사건 쟁점
가족이 가장 먼저 물은 것은 나올 수 있느냐였습니다. 답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성년자가 상대인 성범죄는 법이 정한 처벌의 출발선 자체가 높습니다. 이 사건의 중심에 놓인 두 혐의는 최소 5년, 나머지도 각각 5년과 3년에서 시작하고, 여덟 개가 한꺼번에 놓이면 그중 제일 무거운 것을 기준으로 형이 다시 얹힙니다.
결국 다툴 것은 형기 하나로 좁혀졌습니다. 그 길이를 좌우하는 열쇠는 피해를 입은 쪽이 쥐고 있는데, 상대가 미성년자인 사건은 그 학생 한 사람의 뜻만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법정대리인인 보호자가 어떤 입장인지가 함께 반영됩니다.
그리고 조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으려면 그때는 없던 사정이 새로 생겨야 합니다. 같은 서류를 다시 내면서 형이 무겁다고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선고까지 아홉 달, 그 안에 없던 것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이 사건에서 움직인 사람은 둘이었습니다. 안에 갇힌 의뢰인과 밖에 남은 부모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달랐습니다.
안에서 —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의뢰인이 구치소에서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태도를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1심까지 붙들고 있던 부분을 놓고, 전부 자신이 한 일이 맞으며 후회하고 있다는 입장을 법원에 냈습니다.
뒤늦은 시인이 의미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재판부 입장에서 마지막까지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과 도중에라도 잘못을 받아들인 사람은 같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순서의 문제였습니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하면서 내미는 사과문은 상대가 받아 줄 리 없습니다. 여기가 풀려야 그다음 걸음을 뗄 수 있었습니다.
안에서 — 나가서 달라질 근거를 만들었다
반성하겠다는 말만으로는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합니다. 이 항목은 객관적인 증빙이 필요했습니다. 수감 생활 중 의뢰인은 약 한 달에 걸쳐 전문 기관의 교정 프로그램에 참여해 성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바로잡는 과정을 밟았습니다. 프로그램 이후 실시된 평가에서는 재범 가능성이 최하 등급으로 나왔습니다. 동종 처벌 전력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있다는 점, 유사한 국면이 다시 오더라도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리라 보기 어렵다는 점이 그 판단의 이유로 기재되었습니다.
밖에서 — 공탁으로 문을 두드렸다
부모와 변호인이 밖에서 한 일은 피해자 측에 닿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연락은 여러 차례 무산되었습니다. 그때 택한 방법이 공탁이었습니다. 의뢰인 명의로 2,000만 원을 법원에 맡겼습니다. 용서를 받지 못하더라도 갚으려는 뜻이 말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서류로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피해 학생과 보호자 양쪽이 법원에 문서를 제출했습니다. 벌을 주기를 바라지 않으며 너그럽게 봐 달라는 취지였습니다. 1심 내내 채워지지 않던 칸이 그제야 메워진 것입니다. 뜻밖의 도움도 겹쳤습니다. 별도 사건으로 조사받았던 또 다른 상대가 자필로 쓴 문서를 보내온 것입니다. 그 사람은 1심 당시에도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던 이였는데, 6년이라는 선고 소식을 접하고 다시 한번 선처를 부탁해 주었습니다.
밖에서 — 돌아올 자리를 지켰다
구속된 그날 이후 부모의 하루는 구치소를 향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접견이 불가능한 날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이었고, 기록상 횟수는 168회에 달했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암으로 한쪽 장기를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고 몸을 추스르던 중이었는데도 그 발걸음을 이어 갔습니다. 두 사람이 재판부 앞으로 쓴 글에는 각기 다른 다짐이 담겼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나오면 함께 지내며 다시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붙잡아 두겠다고 했고, 어머니는 앞으로의 삶을 아들과 함께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데 쓰겠다고 적었습니다.
Ⅳ. 결과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의 결론은 1심의 형량이 지나치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선 판결은 효력을 잃었고 형은 3년으로 다시 매겨졌습니다. 아울러 신상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고 알리도록 한 처분도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근거는 두 가지로 정리됐습니다. 유사한 전력이 발견되지 않아 앞으로 위험을 초래할 인물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복역과 치료 과정 이수만으로도 그러한 처분이 노리는 효과는 충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안에서 할 수 있는 일과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릅니다. 갇힌 사람은 태도를 정리하고 스스로 달라졌다는 근거를 만들 수 있고, 남은 사람은 상대에게 닿는 통로를 찾고 돌아올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부족했을 것입니다.
다만 그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아홉 달은 그 순서를 밟기에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1심 결과를 받아 든 그 자리에서 방향을 정하셔야 하는 이유입니다.